정향력(丁享曆,)은 에도(江戶) 시대의 역법 학자로 유명한 시부가와 하루미(澁川春海)가 수시력에 기초하여 만든 일본 최초의 역법으로 일본에서 정향 원년(1684)부터 사용되었다. 하루미는 이 역법을 제작하기까지 규표에 의한 그림자 관측과 관측지의 위도 측정 등, 수많은 관측과 의기의 제작 그리고 별자리들을 관측하여 1670년에 천상열차지도(天象列次之圖)를 그리고 1677년에 천문분야지도(天文分野之圖)를 제작하였다. 하루미가 제작한 이 두 천문도는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참고로 하여 제작된 것으로 세차를 고려하여 천상열차분야지도 상의 별자리들을 시계방향으로 이동시키고 춘추분점의 위치를 두 천문도의 관측 시기로 바꾸었으며, 관측지의 위도를 나타내는 주극원 부분의 별자리 배치를 달리하는 등 관측에 의한 새로운 천문도 제작을 시도하였다. 하루미의 두 천문도는 28수(宿) 간의 거리를 나타내는 28수의 수도(宿度)는 모두 수시력(授時曆)의 값을 따랐으나 북극으로부터의 거리를 나타내는 거극도(距極圖)는 천상열차지도의 경우 송사(宋史) 천문지(天文志)를 따랐고 후에 제작된 천문분야지도의 경우는 천상열차지도의 오류를 개량하여 수시력의 값을 따랐다. 그러나 28수의 각 별자리의 시작점을 나타내는 수거성(宿距星)의 경우는 모두 수시력이 아닌 천상열차분야지도의 값을 그대로 사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 하루미가 아직 별자리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수시력에 의한 천문도 제작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연구는 두 천문도 중, 보다 수시력법에 가깝게 제작된 천문분야지도를 선택하여 천문분야지도의 제작에 영향을 미친 여러 천문도들과 비교 분석함으로써 천문분야지도의 배경과 특성을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