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생각이다. 이는 철학적인 연구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20세기 들어서 과학적적으로도 많은 논쟁의 대상으로 연구를 해온 대상이다. 조선시대에는 시간의 흐름과 공간상의 위치를 대단히 중요시 여겨서 모든 우리의 생활 속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br />
이러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본 관념이 조선시대 국가 기관인 관상감에서 매년 간행된 책력에 잘 나타나있다. 책력에는 천체 운행의 천문학적 계산을 바탕으로 하는 역산(曆算)과 전통 문화 속에 숨겨진 미신적 요소인 역주(曆注)라는 두 종류가 포함되어 있다. 본 내용에서는 책력 속에서 이 두 요소가 어떻게 시간과 공간 문제와 관련을 짓고 어떻게 표현 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br />
책력에서 제시하고 있는 천체의 운행은 시간과 공간을 서로 독립적인 관계로서 설명하지 않고, 서로 끊임없이 인간 생활과 관련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에서 태양, 달 및 오행성(五行星) 등 칠정(七政)의 운행은 시간과 계절을 결정하는 중요한 천체들이다. 본 내용에서는 주로 천체의 위치와 운동과 관련한 천문학적 계산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시간과 공간과 관련된 시각과 계절의 결정 방법, 공간 속에서의 방위와 위치를 계산하는 원리, 계산의 실제 등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