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사를 소개하다 보면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 나가게 되기 쉽다. 특히 한국 과학기술사를 이야기할 때에는 몇몇 과학 위인, 또는 과학 ”영웅"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데 머무르고 한국 과학기술사의 큰 흐름은 다루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과학기술사 서술은 이 분야를 처음 접하는 대중의 흥미를 돋궈 독자로 끌어 들이는 데에는 유용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한국 과학기술사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형성하는 것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역사는 단순히 개인의 업적 기록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사회의 큰 변화를 설명하는 종합적 분석이기 때문이다. 이 발표에서는 소수의 영웅 중심으로 과학기술사를 인식하는 것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와 같은 인식이 살아남고 복제되는 까닭은 무엇인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전통시대와 근현대의 유명한 과학기술 인물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어떤 점들이 개선되어야 하며 바람직한 개선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