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3
일반
[ 제 44 편 ] 우주 관측에 첫발을 내딛다
- 보현산 천문대 1.8미터 망원경 프로젝트 -
▶ 방송일시 : 2004년 9월 24일 (금) 저녁 7시 30분 ∼ 8시 25분
PD: 황정혜 /작가: 권기경
우주는 어디에서 시작됐고, 그 끝은 어디인가?
천문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우주탐색을 시도했고, 그 노력은 망원경 개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천문학계를 놀라게 할 만한 쾌거가 발표됐다. 보현산 천문대 1.8m 망원경을 이용해 5개의 소행성을 발견한 전영범 박사가 그 주인공! 지난 3월
16일 국제천문연맹은 전영범 박사 팀이 발견한 이 소행성 5개에 한국사람의 이름으로 명명할 것을 승인하였다. 그 소행성의 이름은 각각 최무선,
이천, 장영실, 이순지, 허준, 일찍이 과학에 눈뜬 위대한 한국 과학자의 이름이다. 이로써 밤하늘에도 대한민국의 이름이 빛날 수 있게
됐다.
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것은 첨단 과학의 실험장 - 그렇기 때문에 우주관측에 대한 세계 각 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 속에서 국내
천문학자들의 열정으로 일궈낸 성공신화는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 보현산 천문대를 건설하라
우리나라는 이미 천여 년 전부터 천체를 관측했고 그 수준은 조선시대 제작된 천상열차 분야지도가 일본 천문학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교했다.
그러나 일제시대에 그 맥이 끊기면서 1970년대 중반까지 세계 천문학계에서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었다. 그러나 국내 최대 크기의 망원경을
보유한 보현산 천문대는 세계 천문학계를 놀라게 한 쾌거를 낳았다. 보현산 천문대가 건설되기 전까진 이런 우주관측은 국내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었다.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광학망원경이 설치된 곳은 소백산 천문대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천문학 발전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큰 망원경을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함께 망원경 설치를 위한 새로운 천문대 건설이 시급했지만 시작부터
순탄할 리 없었다.
만만치 않았던 4개의 후보지 선정을 하고, 천문대 최적의 장소로 보현산이 선택됐지만 6개월 이상 계속된 인근 주민과의 마찰은 거듭됐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망원경이 도착하기로 한 시한은 점차 다가오고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천문대는 건설되어야만 한다!
보현산 천문대 건설이 완공된 것은 94년,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 관측의 문이 열린 셈이었고, 연구원들은 한껏 희망에 부풀었지만 그 희망도
잠시뿐이었다. 새로 들여온 프랑스 망원경의 오작동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망원경을 그대로 쓸 수는 없는 일! 연구원들은
망원경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하는데......
▶ 국내 기술로 망원경 장비를 개발하다
천문학 장비들은 산업용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살수는 없다. 대체로 먼저 개발했던 곳에 주문제작을 하거나, 아니면 각자의 기술을 서로 합해서
공동제작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는 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망원경 제작에 있어서 황무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국내 연구원의 손으로 망원경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이 탄생됐다.
우리도 망원경을 제작할 수 있다는 출발의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망원경을 들여온 지 3~4년이 지나자 거울에 뿌옇게 먼지가 앉는 것은 물론
부식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황사가 심하고 송화 가루가 많이 날리는 우리나라 실정 상 알루미늄 코팅기 설비는 필수였지만, 거울에 알루미늄을
균일하게 똑같은 강도로 입힌다는 것은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실패를 딛고 성공적으로 코팅을 해낸 후, 천체 관측은 다시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 날, 전 박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별을 관측하게 되지만 소행성을 다시 잃어버리게 되고... 그 원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 스타 프로젝트 - 고분산 분광기를 개발하라
보이지 않는 아주 멀리 있는 별을 누가 먼저 발견해내느냐의 경쟁 속에서 1.8m 망원경으로 우주관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공식 관측일수는 130여일.. 그러나 실제 관측할 수 있는 맑은 날은 100여 일에 불과하다. 세계의
관측일수와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하기만 한데.....
관건은 흐린 날에도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분광기의 성능을 높이는 것! 별빛을 모아서 그 스펙트럼으로 별의 속도와 성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분광기는 평균 50%의 관측을 70%까지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고분산 분광기 개발 역시 국내에서는 미개척분야였다. 선진국의
모든 자료를 모으고 세계 각 국에서 건설한 13개의 천문대가 모여있는 하와이 견학을 통해 광섬유를 사용해 빛의 투과율을 높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5년여의 시간 속에서 별빛만 겨우 보이는 흐린 날....
망원경을 통해 보인 별빛의 스펙트럼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대형 망원경 하나 없던 천문학계의 후진국에서 고분산 분광기 개발은 국내
천문학의 수준을 일약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비로소 우리 천문학자들이 꿈에도 그리던 분광 관측, 즉 태양계 밖에 있는 외계 행성까지
관측할 수 있을 것인가?
▶ 지구 접근 천체를 찾아라
지금 전 세계 천문학자들의 관심은 태양계 밖의 외계 행성에 생명체가 있는가를 밝히는 일에 쏠려있다. 빛이 아주 희미한 외계행성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고분산 분광기가 필요한데, 이제 우리나라도 외계 행성 연구가 가능해 천체 연구의 지평을 넓히게 됐다.
그러나 보현산 천문대의 성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분광기 개발이 한참 진행 중이던 지난 2천년, 소행성의 출현으로 지구는 초비상에 걸렸다. 천문학자들은 1km 규모의 소행성과의 충돌은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 1000만 개의 위력과 같다고 말한다. 소행성 진입속도가 초속 20-60킬로미터라고 하니 이런 소행성과 충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까지 발견된 소행성은 6천여 개.. 앞으로 지름 1km 이상 되는 소행성이 약 100만개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소행성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보현산 천문대 연구원들 역시 소행성 추적에 다시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소행성이 발견되면 하루 2번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관측해야 국제천문연맹으로부터 임시 이름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임시이름을 받은
후엔 소행성의 궤도를 완벽하게 추적해야 새로운 소행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궤도를 추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2년 길게는 3-4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
관측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천문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2001년 한국천문연구원은 미국의 레몬산에 1미터급 무인 망원경을 설치해
소행성 추적을 계속한 결과 2004년 4월 16일 세계천문연맹은 보현산 천문대 팀이 발견한 5개의 소행성을 새로운 소행성으로 승인 받았다. 이제
국제적으로 이 소행성들은 한국 과학자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1.8m 망원경과 고성능 장비 개발 이후, 일본 러시아 등지에서 공동연구를 하자는 제안이 속속 들어오고 있고, 세계적인 천체관측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레몬산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에 이어 칠레 천문대 건설이 완료되면 세계 네트워크 구축이 실현될 예정이다. 기술과 경험은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아주 값진 자산이다. 값진 자산을 토대로 오늘날의 성과를 이뤄낸 국내 천문학자들은 오늘도 밤을 지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