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17 16:00 ~ 17:30
옛날 사람들은 물의 흐름을 이용하여 시간을 쟀는데 이것이 물시계의 시초다.
물시계는 해시계와 더불어 사용되었지만, 밤낮으로 시간을 알아내는 데는
물시계가 더 쓸모가 있어 동아시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표준시계로
사용되었다. 조선 세종은 위정자의 임무의 하나인 관상수시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조선의 실정에 맞는 수시(授時)제도를 갖추도록 여러 가지 정책을 세우고
구체적인 사업에 착수하였다. 그리고 그와 아울러 천문관측의 필요성을 느껴
그 일환으로 간의대를 만들고, 간의와 규표, 시보를 위한 보루각, 해시계 등의
여러 천문기구들을 제작, 설치하였다. 그 중의 하나가 자격루이다. 자격루는
물시계 시스템을 비롯하여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방목-동판), 에너지
증폭기구(철환방출기구), 12시 시보장치(時機), 경점 시보장치(更點機)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 시스템이다. 동아시아 전통의 3단 유입식(流入式) 물시계 기술과,
13세기 아랍에서 제작된 시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시보장치의 기술, 그리고
한국 전래 기술의 융합으로 탄생된 자격루는 우리 풍토와 전통을 대변하는
한국성(韓國性)과 아울러 세계로 열린 보편성을 지닌 창의적인 발명품이다.
그러나 이렇게우리 역사는 물론, 15세기 동아시아 시계기술사, 오토메이션(자동화)과
로보틱스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자격루이지만, 아쉽게도 1866년 병인양요의
와중에 소실되어 자격루 설계도는 전해오지 못하게 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의 얼굴인 만 원권 지폐 속에 살아온 ‘물시계’는 세종 자격루의 후신이다.
이「보루각기」속의 자격루가 573년 만에 그 진면목을 우리 앞에 드러냈고,
연구를 시작한지 23년이라는 기나 긴 여정을 거친 후인 지난 2007년 11월말에
복원되었다. 이번 발표에서는 세종시대의 왕성했던 의표사업과 아울러 새로
복원한 자격루의 시스템과 복원과정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전통과학기구들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