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은하 사이를 떠도는 희미한 별빛으로
암흑물질의 정체를 묻다
- 시뮬레이션 우주실험 분석 결과…표준 암흑물질 모형 판정할 실마리 획득
- 관측과 시뮬레이션 융합한 ‘K-코스모스’ 사업의 선행 연구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장현, 이하 ‘천문연’) 연구진이 은하단의 은하 사이를 떠도는 아주 희미한 별빛이 암흑물질의 분포를 따라간다는 사실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아 망원경으로 직접 볼 수 없지만, 강한 중력으로 은하들이 흩어지지 않게 붙잡아 둔다. 바람 자체는 보이지 않아도 흔들리는 나뭇가지로 그 존재를 알 수 있듯, 천문학자들은 별과 은하의 움직임과 분포를 통해 암흑물질의 존재와 성질을 추적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암흑물질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상호작용하는지를 관측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가에 있다. 표준 모형인 차가운 암흑물질(CDM, Cold Dark Matter)은 입자끼리 거의 충돌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반면 자기상호작용 암흑물질(SIDM, Self-Interacting Dark Matter) 모형에서는 암흑물질 입자들이 서로 약하게 상호작용하고 산란할 수 있어 암흑물질의 공간 분포가 CDM과 달라질 수 있다.
연구진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하여 수행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일종의 ‘쌍둥이 우주’ 실험을 수행했다. 동일한 초기 조건에서 출발하되 한쪽에는 암흑물질 입자가 서로 충돌하지 않는 CDM 모형을, 다른 한쪽에는 입자끼리 상호작용하는 SIDM 모형을 적용했다. 이후 두 가상 우주에서 은하단 두 개가 약 130억 년 동안 형성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연구진은 각 은하단에 암흑물질·가스·모든 별·은하·중심은하와 은하단내광*까지 총 5개의 분포 지도를 시대별로 그리고, 각각의 분포가 암흑물질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독자 개발한 통계적 방법으로 분석했다.
* 은하단내광(ICL, Intracluster Light): 은하들이 스쳐 지나가거나 충돌하는 과정에서 원래 은하로부터 떨어져 나온 별들이 특정 은하에 속하지 않은 채 은하단 안을 떠돌며 만드는 매우 희미한 빛으로, 대표적인 초극미광 천체다.
그 결과, 은하단 안을 떠돌며 만드는 매우 희미한 빛인 은하단내광이 가스, 별, 은하보다도 암흑물질의 분포를 더 충실하게 따라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은하단내광과 암흑물질 분포가‘닮은 정도’는 암흑물질의 성질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우주에서 관측한 은하단내광의 분포와 암흑물질의 분포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측정하면 암흑물질의 성질을 구별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나아가 초극미광 관측이 서로 다른 암흑물질 모형을 실제 우주에서 검증하는 새로운 관측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유재원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표면밝기 30등급 안팎의 은하단내광을 관측한다면 암흑물질 모형을 실제 우주에서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의 입자 검출이나 중력렌즈 분석을 대체한다기보다 서로 다른 방법을 독립적으로 교차검증하는 새로운 관측 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천문연은 은하단내광 같은 초극미광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국내 순수 기술로 K-DRIFT(KASI Deep Rolling Imaging Fast Telescope) 망원경을 개발했으며, 올해 본격적인 관측을 앞두고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K-DRIFT로 관측한 실제 우주의 빛 분포와 다양한 암흑물질 모형으로 구현한 ‘쌍둥이 우주’ 시뮬레이션을 통합 분석해 표준 암흑물질 모형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암흑물질의 성질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천문연은 초극미광 관측과 대규모 시뮬레이션 및 이론 연구를 하나로 연계한 K-COSMOS(Korea Cosmic Structure & Matter Observatory) 과제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해당 과제 책임자인 곽영실 천문연 기초천문연구본부장은 “천문연은 K-DRIFT를 통한 초극미광 관측기술과 대규모 우주 시뮬레이션 연구 역량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초극미광 관측과 대규모 시뮬레이션, 이론 연구를 하나로 묶은 K-COSMOS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장현 천문연 원장은 “암흑물질은 우주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지만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전 세계 천문학계가 풀어야 할 대표 난제”라며 “이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 기술과 역량을 취합한 전략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 (보도자료 끝. 추가자료 있음.)

그림 1. 수천 개의 은하가 모인 은하들의 도시 ‘은하단’의 상상도. 우주에서 중력으로 결합된 가장 큰 천체 구조인 은하단 질량의 약 85%가 암흑물질이다.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하늘색 점선)이 중력으로 전체를 붙잡고 있고, 은하 사이에는 떠도는 아주 희미한 별빛인 은하단내광(보라색)이 퍼져 있다. (AI 생성 그림)

그림 2. 시뮬레이션 속 은하단(CDM, 현재 시점 기준)의 다섯 가지 지도. 색이 진할수록 물질이 빽빽한 곳이다. 맨 우측 ‘중심은하+은하단내광’ 지도가 맨 왼쪽 암흑물질 지도와 가장 닮았다.
<참고 설명>
○ K-COSMOS(Korea Cosmic Structure & Matter Observatory) 사업
천문연은 초극미광 관측과 대규모 시뮬레이션 및 이론 연구를 하나로 묶는 K-COSMOS(Korea Cosmic Structure & Matter Observatory) 과제를 2027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초극미광 탐사로 얻은 실제 우주의 빛 지도와 여러 암흑물질 모형으로 구현한 쌍둥이 우주 실험(우주 디지털 트윈)을 통합 분석하여 표준 암흑물질 모형의 유효성을 판정하고 더 나아가 암흑물질의 본질을 구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논문은 그 방법론을 시뮬레이션 상에서 미리 검증한 것으로, K-COSMOS 사업이 추구하는 관측과 이론의 통합연구 방향을 앞서 보여준 사례에 해당한다.
○ 은하단내광 (ICL, Intracluster Light)
은하끼리 스쳐 지나가거나 충돌할 때, 원래 은하에서 떨어져 나온 별들이 특정 은하에 묶이지 않고 은하단 안을 떠돌며 만드는 매우 희미한 빛을 ICL(Intracluster Light)이라고 한다. 은하단 전체 별빛의 15~20%를 차지하지만 너무 어두워 관측이 매우 어렵다. 이 별들은 은하단 전체의 중력, 곧 암흑물질의 중력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ICL은 암흑물질을 비추는 ‘보이는 그림자’가 된다.
○ 초극미광 (Ultra-Low Surface Brightness)
초극미광 관측은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들이 오랜 시간 성장하며 남긴 희미한 흔적과 이론적으로 존재가 예상되지만 너무 어두워 발견되지 못한 은하들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흔적은 우주의 성장 역사를 기록한 ‘우주 화석’과 같다. 그 모양과 분포를 정밀 분석하면 은하가 어떤 충돌과 병합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밝히고, 나아가 암흑물질의 분포를 추적할 수 있다.
○ K-DRIFT (KASI Deep Rolling Imaging Fast Telescope)
은하단내광은 밤하늘 배경보다 수천 배 어두워 일반 망원경에서는 내부 산란광과 배경 하늘의 미세한 구조에 쉽게 묻힌다. K-DRIFT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경이 주경을 가리지 않는 비차폐 자유곡면 3반사 광학계를 세계 최초로 0.5미터급에 적용했다. 산란광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루빈 천문대보다 2배 이상 넓은 시야로 은하단 전체를 한 번에 담으며, 초극미광 탐사 효율은 기존 대비 약 20배 높다. 이는 단일 장비의 성능을 넘어 설계·제작·정렬·검증·운영·데이터 처리로 축적된 기술자산이다. 1세대(G1)는 2025년 11월 칠레 엘 사우스(El Sauce) 천문대에 설치되어 2026년 하반기부터 남반구 초극미광 탐사를 시작할 예정이며, 이후 과학관측로켓을 통한 우주환경 검증을 거쳐 우주망원경으로 나아가는 단계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논문 및 연구팀>
○ 논문
- 제목 : Intracluster Light as a Probe for Dark Matter: Exploring Self-interacting Dark Matter and Cold Dark Matter with C-EAGLE Sims
- 게재지 : 미국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 게재 일자 : 2026년 9월 3일
○ 연구팀
1. 유재원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2. 고종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K-DRIFT 연구책임자, UST 교수)
3. 박창범 (고등과학원)
4. Cristiano G. Sabiu (서울시립대학교)
5. 김주한 (고등과학원)
6. 이재현 (한국천문연구원)
7. Ellen L. Sirks (Universidad Aut´onoma de Madrid)
8. Ankit Singh (University of Nottingham)
첨부파일(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