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내용
우주론 분야는 현재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파장대에서 근거리 우주와 심우주에서 수행되는 수많은 탐사 관측이 이미 수행되었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수행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탐사를 통해 얻은 다량의 우주론 관측자료를 통해 우주의 나이, 팽창률과 밀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관측자료의 양은 향후 10~20년간 꾸준히 증가할 예정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우주론 분야가 세 번(2006년, 2011년,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보아도, 이 분야의 중요성이 학계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우주론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주 전체의 구성성분 중에서 표준입자모형을 이용하여 설명할 수 있는 물질은 단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주가 시작할 때인 우주 초기조건을 분명히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나 메커니즘도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난제에 대답하기 위해, 다양한 파장대에서 우주를 깊고 또 넓게 탐사할 수 있는 차세대 전천탐사를 통한 방대한 관측자료가 필요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지상에서는 DESI, GMT, LSST, SKA 등의 고성능 광시야 전천탐사 관측이 수행될 계획이고, 우주 공간에서는 SPHEREx, Euclid, WFIRST, JWST 등의 관측사업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차세대 망원경을 활용한 관측자료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를 광시야로 탐사할 수 있어, 우주론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주표준모형에서 예측하는 우주의 역사. 이 중에서 우주초기, 암흑물질, 그리고 암흑에너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로 남아 있음
천문(연)은 첨단 기기개발 분야 및 관측장비 건설 분야에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연구자들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산된 관측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첨단의 장비도 구비하고 있어, 차세대 우주론 관측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천문(연)은 이미 SDSS4, DES, GMT 및 SPHEREx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천문(연)은 생산되는 관측자료를 자체 보유한 첨단 장비를 활용하여 처리함으로써 이론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은 다양한 연구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잠재적인 역량은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실제로 해외 연구단을 추월한 연구 분야는 없었습니다. 천문(연) 우주론 그룹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우주론 분야에서 선도적인 해외 연구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그룹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천문(연) 우주론 그룹은 우주의 초기조건 검증, 암흑물질 판명, 암흑에너지와 수정중력의 존재에 관한 연구를 주요 연구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우주론 그룹은 세계 최대 분광 광시야 관측 사업인 DESI에 참여합니다. DESI는 2018년부터 수 천 만개의 은하를 분광하여, 지구에서 백억 광년 떨어진 곳의 우주공간의 은하들의 거대 분포를 관측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얻어진 은하의 분포를 우주의 3차원 지도로 변환하여, BAO (Baryon Acoustic Oscillation) 과 RSD (Redshift Space Distortion) 등의 방법론을 사용하여 암흑에너지의 정체규명과 수정중력의 존재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DESI 프로젝트는 키픽 천문대 (Kitt Peak National Obervatory)에 있는 4m 급 마얄 망원경에서 수행됩니다. 2006년에 작성된 암흑에너지 대책회의 (DETF)에서 정의한 가장 궁극적인 정밀 관측 단계인 Stage IV 급 관측 중에서 가장 먼저 현실화되는 사업이고, DESI를 공식적으로 후원할 미국 DoE (Department of Energy)가 2015년 CD2를 승인했습니다. 천문(연) 우주론 그룹에서는 송용선 박사가 천문(연) 기관 참여의 총괄을 맡고 있고, Arman Shafieloo 박사가 추가로 참여하여, 은하 구조 사이언스 그룹과 Time Streaming 사이언스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천문(연) 우주론 그룹은 2015년 혹은 2016년 경에 역시 세계 최대 측광 광시야 관측 사업인 LSST와의 MoA에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LSST는 지상에서 관측할 수 있는 하늘 전부를 몇 일 이내에 측광 전천탐사를 마칠 수 있는 망원경입니다. 현재 LSST는 설계를 마치고 미러를 제작하고 있는 중입니다. 2014년에 칠레 사이트 건설을 시작했고, 2019년에 “first light”을 관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1년 부터는 사이언스 분석을 시작할 수 있는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주론 그룹은 암흑에너지 사이언스 그룹에 참여를 할 예정입니다. DESI는 지상 최대의 분광 광시야 관측이고, LSST는 지상 최대의 측광 광시야 관측인 셈입니다. 이 두 관측 자료에 모두 접근할 수 있게 된 우주론 그룹의 장점을 살려, 두 관측 자료를 교차 관측하여, 각 관측 자료에 섞여 있는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두 자료의 특성을 조합하여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을 우주공간에서 검증하는 연구도 수행할 계획입니다. 추가로, 이 두 관측 자료는 향후 GMT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페스파인더 역할도 하게 될 것입니다.
DESI의 개념도와 이 망원경이 설치될 키픽 천문대의 야경
이렇게 확보된 상기의 관측 자료를 활용하여, 우주론 그룹은 우주초기 조건 검증, 암흑물질 정체규명, 그리고 암흑에너지 및 수정중력 존재에 대한 연구 등의 천문학 분야의 미래 핵심 연구 과제들에 도전할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주초기 조건 –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가장 일반적인 우주 초기 급팽창 모형을 가정하면, 우주 구조의 기원이 되는 초기 밀도 파워 스펙트럼은 단순한 멱함수의 형태가 됩니다. 하지만 우주 초기 급팽창을 설명하는 수많은 모형이 있고, 이 중에는 초기 밀도 파워 스펙트럼을 다른 형태로 주는 모형도 있습니다. 파워 스펙트럼 외에도, 우주의 초기 양자 요동은 이 시기 밀도의 확률분포에 약한 비등방성 (비정규도)을 줍니다. 우주의 초기조건이 우주 초기 급팽창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어떤 우주 초기 급팽창 모형이 우주 초기조건을 잘 설명하는지 연구하기 위해서는, 초기 우주에서 나오는 우주배경복사 비등방성 관측, 은하 적색이동 탐사에서 구한 우주 거대구조의 물질 파워 스펙트럼 등 다양한 관측 자료가 필요합니다. 천문(연) 우주론 그룹에서는 특정한 우주 초기조건 모형이 주는 관측적인 효과를 예측해내는 연구와, 관측 자료를 이용하여 다양한 우주 초기조건 모형을 검증하는 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암흑물질 –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를 찾아서
1930년 츠비키(Zwicky)는 코마 은하단 연구를 통해서 미지의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암흑물질”이라고 불리는 이 입자의 존재는 입자물리학과 천문학 양쪽에서 모두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주 작은 천문학적 규모에서 아주 큰 우주론적 규모에 이르기까지, 암흑물질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현상이 존재합니다. 한 세기에 걸친 연구를 통해, 암흑물질이 완벽히 “암흑”인 것은 아니고, 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우선 총알 은하단(Bullet cluster) 등 상호작용하는 은하단이나 우주배경복사 비등방성 스펙트럼의 음파 형태 등 천문학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암흑물질을 검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와는 독립적으로, 지하 연구시설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입자물리학 기반의 암흑물질 검출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독립적인 접근방식을 동시에 활용하면 암흑물질의 “암흑”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천문(연) 우주론 그룹에서는 이러한 교차 연구를 통해서 암흑물질의 정체를 규명하고자 합니다.
암흑에너지 –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 검증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1998년에 밝혀졌습니다. 이 현상은 표준입자모형에서 제시하는 물질과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지난 15년간 우주론자들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할 수 있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 왔습니다. 그중 첫 번째 가능성은 표준입자모형에는 없는 새로운 암흑에너지가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 암흑에너지는 우주 초기에는 발현되지 않다가, 이후에 우주 전체의 구성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킵니다. 암흑에너지는 다른 우주의 구성성분과는 달리 음(-)의 압력을 가져서, 마치 반중력과 같은 효과를 주게 됩니다. 반면, 두 번째 가능성은 암흑에너지 같은 설명하기 어려운 입자를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을 수정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태양계 같은 작은 규모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이 맞지만, 먼 우주와 같은 거대한 규모에서는 중력이 약해집니다. 이중 어느 가능성이 옳은지를 판명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팽창률을 정밀하게 측정함과 동시에 거대 규모에서의 중력에 대한 정밀한 검증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KiDS와 Rubin과 같은 거대 중력렌즈 탐사 관측 자료와 DESI와 같은 은하 군집도 탐사 관측 자료를 동시에 활용해야 하며, 천문(연) 우주론 그룹에서는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암흑에너지와 수정 중력이론을 구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