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암흑물질은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물질’일까?
- 암흑물질에 대한 기존 가정을 바꿔 우주 팽창 관측 결과 설명
- 암흑에너지의 복잡한 변화 없이도 관측 결과 설명할 새로운 가능성 제시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장현, 이하 ‘천문연’) 연구진이 최근 천문학계 ‘우주 팽창 논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최근까지 논의는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갈수록 약해진다”는 쪽으로 쏠려 있었는데, 암흑물질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조금 다른 성질을 가졌다고 가정하면 암흑에너지가 복잡하게 변화하지 않아도 최근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8년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 팽창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발견은 2011년 노벨물리학상으로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우주 팽창을 가속하는 정체불명의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이름 붙였다. 그로부터 약 25년, 이 교과서 속 그림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암흑에너지분광장비(이하 DESI)의 최신 관측은 암흑에너지가 영원히 일정한 상수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약해지고 있을 가능성을 내비쳤고*, 암흑에너지의 정체에 관해 천문학계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문제는 이러한 관측 결과를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관측 결과에 대한 일부 해석에 따르면 암흑에너지의 성질이 이른바 ‘팬텀 경계(phantom divide)’**를 넘어 변화해야 한다. 이는 암흑에너지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DESI 관련 보도자료: https://www.kasi.re.kr/kor/publication/post/newsMaterial/31936
** 팬텀 경계(Phantom Divide): 암흑에너지의 압력과 에너지 밀도의 비율(w)이 -1이 되는 경계.
이 경계를 넘어 변화하는 암흑에너지 모형은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질 수 있다.
우주를 구성하는 에너지의 약 95%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차지한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아 직접 관측하기 어렵지만, 중력을 통해 은하의 움직임과 구조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팽창이 점점 빨라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두 성분 모두 우주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정체와 물리적 성질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널리 받아들여지는 표준 우주론에서는 암흑물질이 압력이 없는 물질처럼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즉, 우주가 팽창할 때 암흑물질의 밀도가 일반적인 물질과 같은 방식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흑물질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러한 가정이 반드시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천문연 샤피엘루 알만(Arman Shafieloo) 박사와 장준첸(Jun-Qian Jiang) 박사 연구진은 바로 이 전제에 의문을 던졌다. 암흑에너지의 성질만 바꾸어 관측을 설명하려는 기존 접근과 달리, 암흑물질의 성질도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연구진은 DESI의 은하와 퀘이사 관측을 통해 얻은 우주 거리 측정자료, 암흑에너지탐사(DES)의 5년간 초신성 관측자료, 초기 우주의 정보를 담고 있는 우주배경복사(CMB) 관측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암흑물질이 아주 작은 양의 압력을 가져 우주 팽창에 따라 밀도가 보통 물질보다 조금 더 빠르게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최근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암흑에너지가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팬텀 경계를 통과하지 않고도 관측자료와 부합하는 모형을 제시했다. 특히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성질을 함께 고려할 때 이러한 가능성이 나타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초기 우주와 현재 우주에서 추정한 암흑물질의 양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 모형은 암흑에너지가 팬텀 경계를 통과하는 기존 변화 모형보다 관측자료를 약간 더 잘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두 모형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어서, 현재 관측자료만으로 어느 설명이 더 정확한지 단정할 수는 없다.
샤피엘루 알만(Shafieloo Arman) 박사는 “이번 연구의 의의는 암흑에너지의 복잡한 변화를 가정하지 않고도 최근 우주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며 “특히 암흑물질이 보통 물질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오랜 가정에서 벗어나, 암흑물질의 물리적 성질을 새롭게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진호 천문연 우주진화센터장은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남극 얼음 1㎦에 센서를 묻어 중성미자를 잡아낸 아이스큐브(IceCube) 실험에 돌아갔는데, 아이스큐브는 암흑물질이 붕괴하거나 소멸할 때 나오는 중성미자를 찾는 암흑물질 탐색의 최전선이기도 하다”며 “이 실험이 입자를 직접 잡으려는 시도라면, 천문연의 이번 연구는 우주 팽창 역사라는 큰 그림에서 암흑물질의 성질을 거꾸로 추적한 것으로, 두 접근이 만나는 지점에 암흑물질의 정체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내년부터 관측과 시뮬레이션 및 이론을 융합한 암흑물질 연구 프로젝트인 K-코스모스(K-COSMOS) 사업을 통해 본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26년 10월 10일자에 게재됐다.
(보도자료 끝. 추가자료 있음.)
<참고자료>
○ 암흑물질의 새로운 성질로 우주 팽창을 설명하는 연구 개념도

최근 우주 관측 결과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을 비교한 개념도. 기존 시나리오(좌측)에서는 암흑물질에 압력이 없다고 가정하는 반면, 암흑에너지는 복잡한 시간적 변화를 보인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이 제시한 새로운 시나리오(우측)에서는 암흑물질의 물리적 성질이 기존 가정에서 미세하게 벗어날 가능성을 허용함으로써, 암흑에너지의 보다 단순한 변화로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 두 시나리오 모두 관측자료를 비슷한 수준으로 설명한다.
이미지 출처: AI로 생성한 개념도로, 실제 관측자료를 직접 나타낸 것은 아님.
○ 논문
- 제목 : Is Dark Matter Really Matter?
- 게재지 :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 게재 일자 : 2026년 10월 10일
- 저자: Jun-Qian Jiang(한국천문연구원), Arman Shafieloo(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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