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깜빡이는 전파 신호로 30억 광년 우주 잰다
- 고적색이동의 블레이자 활용한 우주에서의 거리결정법 최초 검증 성공
■ 우주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체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다. 우주에서 우리은하를 벗어나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고유 밝기를 알고 있는 ‘표준촛불(standard candle)’과 고유 크기를 알고 있는 ‘표준척도(standard ruler)’를 이용하는 것이다. 고유 밝기를 알고 있는 천체가 있다면, 지구에서 얼마만큼 희미해 보이는지 겉보기 밝기만 알아도 그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고유 크기를 알고 있는 천체의 겉보기 각크기를 알면 그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장현, 이하 ‘천문연’) 이상성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 초장기선간섭계(이하 VLBA, Very Long Baseline Array)의 15년 관측자료 등 장기간 축적된 전파 관측자료를 활용해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 중 하나인 활동은하핵(AGN, Active Galactic Nucleus)의 밝기 변화와 그 밝기가 변하는 영역의 각크기 그리고 고유 밝기를 통해 우주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음을 검증했다.
☐ 우주에는 먼 거리에서 밝은 천체들이 존재하며, 그중 하나가 활동은하핵이다. 이는 다양한 파장에서 대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특별한 활동성이 보이는 은하의 중심 영역을 말하는데 태양 질량의 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 질량에 이르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초대질량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부착원반을 형성하며 그 중심에서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 물질을 내뿜는 제트가 형성된다. 이 제트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빠르게 분출되며 아주 강한 복사에너지를 방출한다.
☐ 2020년 5월 22일 천문연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제프리 호지슨 교수(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와 이상성 박사가 이끌던 연구팀은 가까운 AGN ‘3C 84’의 거리 측정에 성공했다. 3C 84는 상대론적 밝기 증폭이 거의 없어, 표준척도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AGN의 여러 분류 중 하나인 블레이자(Blazar)**는 강한 상대론적 밝기 증폭 때문에 표준척도로 활용할 수 없다. 본 연구팀은 표준촛불과 표준척도를 동시에 사용하여 상대론적 효과를 상쇄시키는 방법으로 고적색이동 블레이자의 거리 측정에 성공했다.* 2020년 5월 22일 보도자료: https://www.kasi.re.kr/kor/publication/post/newsMaterial/28466** 블레이자: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플라즈마 제트류가 지구를 향하고 있는 활동은하핵의 일종. 제트 방향이 지구를 향할수록 상대론적 효과는 더 강해진다.
☐ 연구진은 약 15년간의 VLBA 관측자료와 12년간의 오웬스밸리 전파망원경(OVRO) 자료를 분석해 지구에서 약 30억 광년 떨어진 블레이자 ‘TXS 0506+056’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TXS 0506+056은 강한 상대론적 밝기 증폭 효과 덕분에 먼 거리에서도 매우 밝은 전파원이며, 최초로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검출된 활동은하핵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주 구조와 팽창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관측 대상으로 꼽혀왔다. 연구팀은 특히 중성미자 검출 이후 전파 밝기가 급격히 증가하는 전파 폭발(flare) 현상에 주목해, 밝기 변화 속도와 방출 영역의 각크기를 바탕으로 천체까지의 거리를 계산했다.
□ 그 결과, 전파 폭발은 블레이자 중심부에서 발생하며, 이 폭발이 최대 밝기에 도달하는 시점의 관측값을 이용할 때 가장 정확한 거리 측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계산된 TXS 0506+056의 거리는 약 30.7억 광년으로, 현재 우주론 표준모형(ΛCDM 모델)이 예측하는 거리와 오차 범위 내에서 매우 잘 일치했다.
연구팀은 또한 전파 밝기 변화가 여러 폭발의 신호가 섞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세분화해 정밀 분석하는 과정이 거리 측정의 신뢰도를 크게 높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파 폭발 신호를 분해해 얻은 시간 척도를 활용했을 때, 우주론 표준모형과 더욱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 이번 연구 제1저자인 한국천문연구원/UST 송찬우 연구원은 “상대론적 효과 때문에 매우 먼 거리에서도 밝게 보이는 대신 관측값이 왜곡될 수 있는 블레이자를 거리 측정 수단으로 사용 가능함을 확인했으며, 앞으로 여러 밝은 고적색이동 블레이자 천체들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이상성 박사는 “앞으로 수행할 연구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초장기선간섭계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을 활용해 더 먼 우주에 존재하는 은하까지의 거리측정에 도전할 것이다”며 “이는 우주론 모형을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열쇠가 되어 우주의 끝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구진은 더욱 먼 활동은하핵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표준촛불 및 표준척도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후속 연구를 위해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운영하는 KVN을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전파망원경들과 연계해 미국의 VLBA를 능가하는 고해상도 국제 전파관측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 한편 본 연구는 Astronomy & Astrophysics 2026년 2월호에 게재됐다. (보도자료 끝. 참고자료 있음.)
<참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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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레이자 TXS 0506+056의 전파 영역 사진
그림 1. 2023년 7월 1일 전파 영역(약 2cm 파장)에서 촬영한 블레이자 TXS 0506+056의 사진. 십자가들은 15년 동안 기록된 중심핵과 제트의 위치이며, 십자가의 크기는 위치의 오차 범위다. 원들은 2023년 7월 1일 기준 중심핵과 제트가 차지하는 영역의 추정 각크기다. 분해 가능 영역(Beam)은 해당 이미지가 이보다 큰 영역을 구분하는 해상도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단, 잡음 대비 신호가 충분히 강하다면 이보다 작은 영역도 구분할 수 있다. 각도 단위 1mas(milli-arcsecond)는 1/3600000도에 해당한다. Jy (Jansky)는 선속밀도 단위이며, 1등성의 선속밀도가 약 1446Jy에 해당한다. 전파의 세기는 선속밀도를 Beam을 나눈 값(Jy/Beam)으로 나타낸다.
- 시간에 따른 블레이자 TXS 0506+056 중심핵의 밝기 변화와 폭발

그림 2. 블레이자 TXS 0506+056의 15년 동안 시간에 따른 중심핵 밝기 변화와 발생한 폭발. 총 5번의 폭발이 검출되었으며, 이들 중 가장 강한 폭발 4를 최적의 거리 측정 결과에 이용했다. 폭발 4는 전파 선속밀도가 2.7배 상승하는데 약 125일 걸리며, 최대 1.61Jy 상승했다. Modified Julian Day는 1858년 11월 17일 자정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며칠이 지났는지를 나타낸다.
- 우주 거리 사다리(Cosmological distance ladder): 천문학에서는 무엇보다 광활한 우주에서 천체를 발견하고, 그 천체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천문학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표준척도나 표준촛불을 찾아내서 더 멀리 떨어진 천체까지를 측량해나가는 측량 체계를 ‘우주 거리 사다리’라고 한다. 태양계 내에서는 레이더와 비례식으로 시작해서 조금 더 먼 거리는 연주시차로, 마지막으로는 허블-르메트르 법칙까지, 이러한 다양한 거리측정법들을 통해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이 거리는 우주를 연구하는 데에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림 3. 우주의 거리를 측정하는 우주 거리 사다리.
- 표준촛불(또는 표준촉광): 표준촛불은 그 고유 밝기를 알고 있는 천체로서, 겉보기 밝기를 측정하면 그 겉보기 밝기가 고유 밝기에 비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어두워지는 물리적 원리를 이용하여 매우 정확하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천체이다. 제Ia형 초신성, 신성, 구상성단, 세페이드 변광성 등이 그 예이다. 인류가 발견한 표준촛불들은 하나같이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겉보기 밝기의 변화 주기와 고유밝기의 상관관계가 잘 알려진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s)을 이용해 1923년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우주에는 우리은하를 넘어 무수히 많은 외부 은하가 존재하고, 우주는 또한 팽창하고 있다는 혁명적인 지식을 인류에게 선사했다. 또한 1990년대에 과학자들은 표준촛불로 가장 먼 거리를 잴 수 있는 제Ia형 초신성(Type Ia supernovae)을 분석해 초신성들이 우주의 팽창 속도에 비해 밝기가 더 어둡다는 것을 밝혔다. 이를 통해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가설의 관측적 증거를 제시했다. 이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견한 솔 펄무터(Saul Perlmutter), 브라이언 슈미트(Brian Schmidt), 애덤 리스(Adam Riess)는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림 4. 표준촛불 원리. 빛의 밝기(I)는 광원으로부터 거리(r) 제곱에 반비례한다.
광원이 2배 만큼 더 멀어지면 밝기는 4배 어두워진다.
표준촛불 원리를 이용하면 고유 밝기를 알고 있는 천체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 표준척도: 표준척도는 그 크기를 알고 있는 천체 또는 천체구조로서, 그 각크기를 측정하면 각크기가 실제 거리에 반비례하여 작아지는 물리적 원리를 이용해 매우 정확하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천체이다. 마치 불꽃놀이에서 불꽃의 폭발 지점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불꽃이 폭발 시점에서 최대 밝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불꽃이 팽창하는 속도를 관측한다면 불꽃의 최대 크기를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계산된 최대 각크기를 실제 눈으로 관측한 불꽃의 겉보기 각크기와 비교하면 불꽃이 폭발한 지점까지의 거리를 계산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림 5. 표준촛불과 표준척도의 개념도
- 활동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us 또는 AGN): 활동은하핵은 우주에 분포하고 있는 외부 은하 중 모든 파장대 혹은 특정 파장대에서 매우 밝은 광도를 보이는 은하의 중심 영역을 말한다. 이러한 활동은하핵이 존재하는 은하를 활동은하(Active Galaxies)라고 부른다. 활동은하핵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로 꼽히기 때문에 먼 우주에 있는 천체까지도 관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대 천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활동은하핵의 활동성은 주로 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초대질량블랙홀의 존재와 관련이 깊다. 태양 질량의 수백 만 배에서 수십 억 배 질량을 가진 이 초대질량블랙홀은 주변 물질을 중력으로 끌어들여 부착원반(accretion disk)을 형성하면서 온도가 올라가게 되어 매우 많은 에너지를 빛으로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물질들은 블랙홀의 자전축을 중심으로 원반에 수직한 방향으로 빠르게 분출되는데 이를 제트(jet)라고 한다. 이 제트의 물질들은 상대론적인 속도 즉, 빛의 속도에 가깝게 분출된다. 이 제트는 일부 에너지를 빛으로 방출하는데, 그 빛의 스펙트럼은 전파영역에서 감마선 영역에 이른다. 또한 이러한 제트는 분출될 때 운동에너지가 매우 커서 수천 광년 이상 멀리 뻗어져나간다.
- 초대질량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 초대질량블랙홀은 현재까지 관측된 가장 무거운 블랙홀로서 질량이 대략 태양 질량의 수백 만 배에서 수십 억 배 사이인 블랙홀이다. 아직까지 초대질량 블랙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론은 잘 정립되어 있지 않다. 무거운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 중력 붕괴로 인해 생성된 별질량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과는 달리 초대질량블랙홀은 은하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은하를 비롯한 대부분 무거운 은하의 중심에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있다. 우리은하의 경우 은하의 중심지역인 궁수자리A*(Sagittarius A*)에 초대질량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대질량블랙홀은 보통 에너지를 많이 방출하지 않고 조용하게 존재하지만 주변 물질이 유입되는 경우에는 부착원반(accretion disk)을 형성하면서 매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것이 퀘이사 혹은 활동은하핵(AGN)의 물리적 기원이다.
- 초장기선 전파망원경배열(VLBA, Very Long Baseline Array): 하와이부터 버진아일랜드까지 미국 전역에 분포한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관측망이다. VLBI는 수백~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하여 전파망원경 사이의 거리에 해당하는 구경을 가진 거대한 가상의 망원경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높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VLBI를 이용하면 허블 우주망원경, 스바루 망원경 등 대형 광학망원경보다 수십 배 이상의 높은 해상도로 천체를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VLBA 간섭계는 총 10개의 지름 25m의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안테나의 전체 배열 길이는 약 8,000km로서 0.3~90GHz 주파수에서 고분해능으로 먼 우주의 다양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 연구팀
- 송찬우 (한국천문연구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연구원)
- 이상성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 강신철 (한국천문연구원 박사후연구원)
- 정위연 (한국천문연구원 박사후연구원)
○ 논문
- 게재지 : Astronomy & Astrophysics 2026년 2월호
- 제목 : A distance measurement for blazar TXS 0506+056 using its radio variability and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images
- 저자 : 송찬우, 이상성, 강신철, 정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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